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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슬기로운 탄소 생활

Part 3 : 한국 K-ETS 완전 분석 - 제도 도입부터 현재까지

by GLEC(글렉) 2025. 6. 17.

아시아 최초의 국가 단위 배출권거래제로 시작된 한국의 K-ETS가 어느덧 10년째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와 산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도입 초기의 우려와 기대, 그리고 현재의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특히 최근 탄소중립 목표 상향으로 K-ETS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우리 제도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K-ETS 도입 배경과 목표

국제적 압박과 자발적 선택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국제적 압박과 자발적 선택이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2009년 코펜하겐 총회에서 한국은 자발적으로 2020년까지 BAU(전망치) 대비 30% 감축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으로서는 매우 의욕적인 목표였습니다.

 

도입 목표

  •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 최소화
  • 저탄소 녹색성장 동력 확보
  • 국제 탄소시장 참여 기반 마련

제도 설계 원칙

K-ETS는 다음과 같은 원칙하에 설계되었습니다 :

 

점진적 접근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으로 제도를 강화해나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포괄적 적용 전력, 산업, 건물, 교통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적용하여 높은 커버리지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포괄적인 수준입니다.


3단계 발전 과정 상세 분석

1기(2015-2017) : 제도 정착기

주요 특징

  • 100% 무상할당으로 시작
  • 525개 업체, 국가 배출량의 68.5% 커버
  • 연간 총 할당량 16억 8천만 톤

초기 성과와 문제점 1기는 제도 정착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기간이었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나타났습니다 :

  • 가격 급등 : 초기 8,000원에서 2만원대까지 급상승
  • 거래량 부족 : 이월 제한으로 인한 시장 유동성 문제
  • 제도 복잡성 : 기업들의 제도 이해 부족

2기(2018-2020) : 제도 강화기

주요 변화

  • 유상할당 3% 도입 (발전 부문)
  • 610개 업체로 확대, 커버리지 70% 달성
  • 벤치마크 방식 할당 확대

중요한 정책 변화 2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유상할당의 도입이었습니다. 비록 3%라는 낮은 비율이었지만, 이는 한국 배출권거래제가 본격적인 탄소 가격 체계로 발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2기 성과

  • 실제 감축량 : 약 5,200만 톤 CO2eq
  • 배출량 안정화 : 참여 업체 배출량 증가율 둔화
  • 제도 안정성 확보 : 기업들의 제도 적응 완료

3기(2021-2025) : 본격 가동기

제도 개선 사항

  • 유상할당 10%로 확대
  • 685개 업체, 커버리지 73.5% 달성
  • 신규 업종 추가 (폐기물, 항공 등)
  • 할당 방법론 정교화

현재 운영 현황 3기에 들어서면서 K-ETS는 보다 성숙한 제도로 발전했습니다:

  • 연간 할당량 : 약 6억 8천만 톤
  • 참여 기업 : 685개 업체
  • 적용 부문 : 23개 업종 5개 부문
  • 유상할당 : 약 6,800만 톤 (10%)

업종별 적용 현황과 특징

발전 부문

특징

  •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 (전체의 약 40%)
  • 유상할당 우선 적용 부문
  • 간접배출 특례 적용

현황 발전 부문은 K-ETS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력시장의 특성상 배출권 비용이 전력 가격에 반영되어 경제 전반에 탄소 가격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조업 부문

주요 업종

  • 철강 : 포스코, 현대제철 등
  • 석유화학 :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 시멘트 : 한국시멘트, 쌍용양회 등
  • 정유 :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할당 방식 대부분 무상할당을 적용받으며, 벤치마크 방식과 과거 배출량 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건물 부문

대상 시설

  • 대형 상업용 빌딩
  • 종합병원
  • 대학교
  • 호텔 등

특징 상대적으로 감축 잠재량이 큰 부문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한 감축이 주를 이룹니다.


할당 방법론의 발전

벤치마크 방식 확대

K-ETS는 점차 벤치마크 방식의 할당을 확대해왔습니다. 이는 효율적인 업체에게 유리하고, 비효율적인 업체에게는 감축 압력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벤치마크 적용 업종

  • 전력 (석탄, LNG, 유류)
  • 시멘트
  • 항공
  • 정유 일부 공정

과거 배출량 방식

복잡한 공정이나 벤치마크 설정이 어려운 업종에는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당합니다.


가격 변동과 시장 특성

가격 변동 히스토리

K-ETS 배출권 가격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 2015년 : 8,000원 (제도 도입)
  • 2017년 : 25,000원 (이월 제한 효과)
  • 2020년 : 40,000원 (정책 불확실성)
  • 2024년 : 20,000원대 (시장 안정화)

 

가격 변동의 주요 요인

정책 요인

  • 이월/차입 제한 정책
  • 유상할당 확대
  • 상쇄배출권 정책 변화
  • 할당량 조정

시장 요인

  • 경기 변동
  • 에너지 가격 변화
  • 기후 요인 (냉난방 수요)
  • 코로나19 영향

현재의 성과와 한계

주요 성과

온실가스 감축

  • 1기 대비 2기 참여 업체 배출량 약 5% 감소
  • 전력 부문 석탄 발전 비중 감소
  •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 확대

제도 안정성 확보

  • 기업들의 제도 적응 완료
  • 모니터링·보고·검증(MRV) 체계 정착
  • 시장 참여자 확대

탄소 인식 제고

  • 기업 내 탄소 관리 조직 신설
  • 탄소 회계 시스템 구축
  • 감축 기술 개발 투자 증가

주요 한계와 과제

  • 시장 유동성 부족 거래량이 할당량 대비 10% 내외로 매우 낮습니다. 이는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고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 가격 신호 약화 최근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감축 유인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강화된 감축 목표와 상반된 시장 신호입니다.
  • 유상할당 비중 저조 여전히 90%가 무상할당으로 이루어져 있어, 탄소 가격의 실질적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최근 개선 노력

시장안정화 방안 검토

정부는 배출권 가격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1. 이월 제한 완화 현재의 엄격한 이월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여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는 방안입니다.
  2. 시장안정화 예비분 도입 EU ETS의 MSR과 같은 가격 연동형 공급량 조절 메커니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매 시스템 개선

  1. 참여 대상 확대 금융기관 등 직접 할당 대상이 아닌 기관의 경매 참여를 허용하여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는 방안입니다.
  2. 경매 방식 다양화 현재의 단일 경매 방식 외에 다양한 경매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제 연계 가능성

EU CBAM 대응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도입으로 K-ETS의 국제 인정이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철강, 시멘트 등 주요 수출 업종이 K-ETS에 포함되어 있어 CBAM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북아 탄소시장 구상

한-중-일 3국 간 탄소시장 연계 가능성도 장기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전국 ETS 가동으로 동북아 지역의 탄소시장 협력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2030 NDC 달성을 위한 과제

감축 목표 상향의 영향

한국은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했습니다.

 

이는 K-ETS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

  1. 할당량 감축 압력 더 엄격한 할당량 설정이 필요하며, 이는 배출권 가격 상승 요인이 됩니다.
  2. 적용 범위 확대 건물, 교통 부문의 추가 포함 등 커버리지 확대가 필요합니다.

제도 개선 방향

단기 개선 과제

  • 시장 유동성 개선
  •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 도입
  • 유상할당 비중 점진적 확대

중장기 개선 과제

  • 국제 연계 추진
  • 적용 부문 확대
  • 디지털 기술 활용 강화

마무리

한국의 K-ETS는 지난 10년간 아시아 최초의 국가 단위 배출권거래제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도 안정성 확보, 높은 커버리지 달성, 기업들의 탄소 인식 제고 등은 분명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강화된 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시장 효율성 제고, 가격 신호 강화, 국제 연계 등이 향후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탄소시장의 경제학적 원리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K-ETS 가격 변동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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